그 길에서 만날 돌벌 (강진 ~ 마량 해안도로)
스스로 발품 팔아가며 다녀온 여행과, 심든 잔차를 타고 둘러보는 여행은 차이를 가진다.
힘겹게 밟는 쪽이 오랜 추억을 남길 확률이 높다.
잔차로 타고 가는 여행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과 대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법칙에서 벗어난 예외가 존재하고,
그 예외를 가장 잘 충족하는 길이 강진에 있다.
강진에서 마량으로 길게 뻗은 해안도로가 그 길이기에
우린, 내달 19일에 그 길을 가야한다.
강진∼마량 해안도로는 길이 알아서 잔차의 속도를 조절한다.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바다는 앞바퀴만 보고 가는 레이싱모드가 아니라,
잠시 페달질을 멈추고,
넓은 바닷물이 먼 바다로 밀려난 후에 드러나는 돌갯벌은 길모퉁이에 기어이 잔차를 세울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길 위에서는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이 바다가 우리 옆을 따라다닌다.
강진읍에서 5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대구면 접경이다.
처음 4차선으로 뻗은 길이 이곳에서부터 2차선으로 줄어든다.
좁아진 길의 한쪽을 차지하고 앉은 것은 봄을 기다리며 드러누운 벌판과 만조의 바다다.
처음의 풍경은 남해 해안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들판들 사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구획을 이룬 사람의 마을이 삶의 숨결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바다를 따라 가던 시선은 바다 안에 발 딛은 산자락에 막히고,
듬성듬성 모여 앉은 작은 섬들이 무심하게 바다로 향하는 눈에 담겨지는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마량 쪽으로 다가가는 만큼 바다는 점점 넓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 위에서 얻게되는 만족이 커지게 되는 이유이다.
대구면 저두리 하저마을 앞,
낯익은 살구나무 두 그루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푸른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드넓게 펼쳐지고, 상우(유지태)는 그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바람과 청보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녹음한다.
보리밭 가장자리로 오래된 살구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넓은 바다는 아주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장면,
그 풍경이 거기에 있다.
하저마을을 지나면 길이 나뉜다.
곧장 가면 마량면소재지로 통하게 되고,
오른쪽 비사마을 쪽으로 잔차 핸들을 돌리면 갯벌을 옆에 두고 있는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간신히 비켜나갈 만큼 좁은 길이지만 강진∼마량 해안도로의 진정한 깊이가
그 안에 있다.
길의 초입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갯벌은 그 안에 담긴 생명들과 함께 숨을 쉰다.
이곳의 갯벌은 다른 지역과 달리 크고 작은 돌덩이들로 이루어졌다.
해안에서 족히 1Km는 걸어나가야 진흙으로 이루어진 갯벌을 만날 수 있다.
갯벌은 바다의 혈관 같다.
그 혈관을 타고 수많은 생명들이 모여 한세상을 이룬다.
돌갯벌은 굴이 살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낸다.
이곳 사람들이 '상구데미'라 부르는 이 갯벌은 겨울이면 그대로 삶의 밑천이 된다.
돌에 붙어 자라는 굴은 벌이가 시원치 않은 주민들에게 좋은 소득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더 먼바다로 나가면 만나게 되는 진흙 갯벌에서는 고막과 바지락이 자란다.
그 해산물은 모여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대학 밑천이 되었다.
갯벌은 자기 안의 무수한 생명과 더불어 사람까지 키웠다.
아름다운 풍경에 스민 진한 삶이 '상구데미' 갯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갯벌은 넓고도 길다.
백사마을을 지나 수인마을까지 5Km를 넘게 갯벌이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이미 도로와 갯벌의 경계까지도 사라지고 없다.
한없이 평화롭고 고즈넉한 바다 안에 담긴 수많은 격정을 그곳에 서면 알게 된다.
바닷물이 왜 밀면서 밀려들어 왔다가 다시 빠져 나가는지를,...........
그 일을 하루면 두 번씩 반복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바다가 생기면서부터 시작된 그 반복 속에는 바다와 갯벌 그리고 사람의 관계가 얽혀 있다.
해안도로는 마을과 갯벌 사이, 들판과 바다 사이를 뚫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히다가도 어느 순간 바다로 연결된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마을이 있고, 마을을 벗어나면 다시 바다를 향해 길이 뻗는다.
'상구데미', 비사·백사마을 갯벌을 완전히 빠져 나오면 처음 마량으로 통하는 길과 다시 합류하게 된다.
여기저기 마음대로 뻗은 것처럼 보이는 길도 알고 보면 그 안에 나름의 법칙이 있고,
길의 법칙을 알게되는 순간부터는 매일 그 길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마주치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마량항에 닿았을 때
그곳의 사람들이 갯벌을 통해 살아낸 삶을 얼핏 마주한 듯도 했다.
요 길이, 강진읍에서 23번 국도를 타면 마량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단, 대구면 저두리를 넘어 비사마을로 들어가는 사잇길로 우회전해
좁은 해안도로를 타야만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이왕 내려 오시는 것,
토요일 오전중에 내려 오시면 숙소까지 살방살방모드로 갈 수 있는디.......??!!!
( 남해안 랠리때 올려 놓았던 글 옮겼습니다.
독수라!!
요로컴하면 강진 소개는 거시기허게 했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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